2016년 5월 26일 목요일

보이지 않는 인간 2 [랠프 엘리슨]~

보이지 않는 인간 2 [랠프 엘리슨]흑백으로 나뉘어진 미국 문학의 판도를 바꾼 문제작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이야기'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보면서도 정작 나의 진정한 모습은 보지 않는다.'남북전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으나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던 시기에 미국 남부에서 태어난 '나'는 평범한 흑인 청년이다. 우월주의에 빠진 백인 사회에서 모멸감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는 끊임없이 타인들에 의해 자신의 사회적인 역할을 부여받는다.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에 존재하는지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던 '나'는 백인들이 은혜를 베풀듯 보내 준 대학에서 사소한 실수로 퇴학을 당하고, 취업 추천을 해 주는 편지로 여겼던 총장의 추천서가 자신을 영원히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내용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해 주는 곳이라 여겨 최선을 다해 매달렸던 할렘가의 동지회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나'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인간'임을 분명하게 인식한다.작가 엘리슨은 자아에 대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교육받은 흑인 주인공을 통해 사회적 곤경과 갈등을 극복하고 자유를 찾으려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피부색의 문제를 넘어서 예술적이고 사회적인 보편성을 갖는 우수한 작품을 창조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은 미국 내 흑인의 특수한 상황을 빌려 현대사회 속에서 획일화되고 소외되어 가는 인간의 고독과 존엄성을 이야기한다.나는 낡은 피부를 털어 내고 있으며 그것을 여기 구멍 속에 남겨 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바깥으로 나간다. 그걸 버려도 여전히 보이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나간다. 내 생각에 아주 좋은 시점 같다. 동면조차도 지나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가장 큰 범죄일 수 있다. 나는 동면 상태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 보이지 않는 인간에게도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역사가들은 덧없이 지나쳐 가는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나 있을까? 동지회를 알기 전의 나와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말이다. 말하자면 학문적으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애매하고 소리에 가장 민감한 전문가조차도 듣지 못할 만큼 조용한 철새 같은 존재. 그리고 너무나 모호해서 가장 모호한 말로도 묘사할 수 없을 정도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중심부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인은 커녕 역사적인 서류에 사인을 한 사람에게 박수조차 보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존재들 말이다. 소설도, 역사도, 그리고 그 어떤 저술도 남기지 못하는 우리들. 우리는 어떨게 생각될까?(/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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